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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창업 열풍이 불었습니다. 당시 일자리를 잃은 퇴직자들이 자영업을 택했고, 그 중심에는 '프랜차이즈'가 있었습니다. 브랜드 인지도와 본사의 운영 노하우를 활용해 안정적인 창업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이었죠.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프랜차이즈는 '성공 창업의 길'보다 '갑질 아이콘'이 됐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성공 모델'에서 '불공정 상징'으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가맹본부가 상표와 경영 노하우 등을 제공하고 가맹점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입니다. 가맹점은 비교적 적은 자본을 가지고 성공이 검증된 아이템 사업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덕에 국내 학자금대출이자 프랜차이즈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죠. 1980년대 파리바게뜨, 롯데리아, 놀부 등이 등장하며 사세를 키웠고 BBQ는 가맹 1호점을 내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2024년 기준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 규모는 약 270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8.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시스템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요. 본사 의존도가 대신저축은행금리 높다는 점입니다. 그렇다 보니 가맹점들은 본부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가맹본부의 요구로 대표적인 것은 필수품목을 강제하거나, 인테리어·리뉴얼을 의무화하고 광고비·판촉비를 전가하는 것 등이 꼽힙니다. 그리고 이런 요구들은 꾸준히 프랜차이즈 구조의 문제점으로 지목돼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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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는 미스터피자 본사의 갑질 논란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친족 업체에서 치즈를 강제 구매하게 하는, 이른바 '치즈 통행세' 사건으로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서기도 했죠.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 '메가MGC커피'에서도 갑질 논란이 불거졌습니다.가맹점 오픽 직장인 주에게 모바일상품권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전가하고 특정 카페 설비를 자사로부터 강제 구매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공정거래위원회는 메가커피 가맹본부에 22억9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종에 대한 역대 최대 규모의 제재입니다.
이렇듯 논란이 끊이지 않는 프랜차이즈 업계는 국정감사의 단골이기도 하죠. 이번 국정감 월차 폐지 사에서도 송종화 교촌에프앤비 대표이사는 정무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출석해 가맹점 원재료 공급 피해 문제에 대해 국회의원들의 집중 추궁을 받았습니다. 
본사만 돈 버는 독식 구조?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맹 브랜드 수가 가장 많은 나라인데요. 공정위 가맹사업거래 현황을 보면 국내 가맹본부 수는 2020년 5602개에서 2024년 8802개로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브랜드 수는 7094개에서 1만2377개로 급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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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적으로는 산업이 커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개별 가맹점의 수익은 오히려 줄고 있습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최근 2년간(2022~2024년) 프랜차이즈 115곳의 가맹점 당 평균 매출액은 연 3억2723만원에서 3억248만원으로 7.6% 줄었습니다. 반면 가맹본사의 매출액은 같은 기간 43조1565억원에서 47조7963억원으로 10.8% 증가했는데요. 본사 영업이익도 8.1%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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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가맹점 수가 급증하면서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같은 브랜드끼리도 매출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서 입니다. 여기에 본사가 원재료 납품 단가를 인상하거나 광고비·프로모션 비용을 점주에게 전가하면서 점포 운영 부담은 커졌습니다. 결국 프랜차이즈 본사에 꼬리표처럼 붙는 '갑질' 문제는 가맹점 매출 악화와 직결된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또 물가 상승에 따라 판매가를 계속 올리는데 오히려 가맹점의 수익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이유는 판매가 인상분이 본사의 원재료 공급가에 미리 반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가격 인상분이 점주가 아닌 본사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구조라는 이야기입니다.
신뢰 회복은 언제쯤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5 프랜차이즈 미래혁신 포럼'에 참석해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현황과 한계를 점검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번 포럼에는 학계와 업계 대표, 정책 담당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해 △본사와 가맹점 간 수익 구조 불균형 △갑질 문제 △제도 개선과 신뢰 회복 방안 등을 심층적으로 다뤘습니다.
오세조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가맹점 보호와 산업 성장을 조화시키려면 '갑을 관계'가 아닌 상생의 '파트너십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본사 갑질, 정보 불균형, 공정성 훼손, 차액 부담금과 배달앱 수수료 등 산업을 저해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시적 시각의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죠.



한국유통물류정책학회 관계자들이 22일 오전 서울 프래스센터에서 열린 '2025 프랜차이즈 미래혁신 포럼'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정부도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최근 '가맹점주 권익강화 종합대책'을 내놨는데요. 주요 내용으로는 △정보공개서 공시제 도입 △가맹점주 협상력 제고 △폐업 자율성 보장 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다만, 정책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본부와 가맹점 모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박경도 한국유통학회 회장은 "프랜차이즈 산업이 중대기로에 놓였다"면서 "본사와 가맹점 간 신뢰 붕괴와 불균형 심화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차액 가맹금 부풀리기, 필수품목 구매 강제, 과도한 원재료 마진 등으로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며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파트너십을, 일방적 지시보다 진정한 소통을 중시해야 신뢰가 자리 잡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IMF 이후 생존의 방편으로 시작된 프랜차이즈는 어느새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상생 없는 성장은 결국 꺾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브랜드의 '성공 신화' 보다 '신뢰 회복'이 더 절실한 시점입니다.
김다이 (neverdi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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