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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씨어터가 제작하고 김은성 작가가 재창작한 이번 작품은 2009년과 2015년에 이어 세 번째 무대에 오른다. '고전의 한국화'라는 김 작가의 대표적 작업답게 러시아 시골 영지를 서울 변두리의 섬(잠실이 섬이던 시절)으로 무대를 옮겨, 근대화의 격랑 속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의 초상을 그린다.
◇ 체호프의 서정, 잠실의 풍경으로 되살리다
1970년대 초 잠실은 아직 섬이었다. 한강 개발과 잠실대교 건설이 한창이던 시기, 순우(조환 분)는 미국 유학 농협 월복리 중인 형 건우(이강원 분)를 위해 대대로 물려받은 잠실 땅에서 농사를 짓는다. 그의 곁에는 형의 딸이자 조카인 지숙(이지수 분)이 있다.
형이 10년 만에 미국에서 귀국하며 가족은 들뜬다. 그러나 박사 학위를 손에 쥔 건우가 젊은 연인 다정(정유림 분)을 데리고 돌아오자 집안의 공기가 바뀐다. 이때 한강 개발사업 발표가 이어지며 가족은 우리은행 전세자금대출 섬을 떠나야 할 위기에 놓인다.
김은성 작가는 체호프의 세계를 한국 사회의 근대화 서사와 교차시킨다. 러시아 농장의 쓸쓸한 정서를 1970년대 잠실의 격변기로 치환하며, 산업화의 그림자 아래 희생된 개인과 가족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김 작가는 "'순우삼촌'은 땅을 잃는 이야기이자 기억을 잃어가는 사회에 대한 은유" 창업자금지원 라며 "우리가 잊고 있는 삶의 자리와 인간의 존엄을 되묻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연극은 잠실이 섬에서 '강남권'으로 변하는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무분별한 개발이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변형시켰는지를 보여주며, 오늘의 한국 사회를 비추는 거울로 기능한다. 김시번 연출은 "그 시절 잠실은 단지 지리적 공간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근대화라는 예금 적금 이름 아래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얼마나 무모하게 변화했는지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무대는 당시 잠실의 풍경을 세밀히 재현한다. 논밭의 퇴비 냄새, 신천나루의 물결,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공사장의 소음이 함께 어우러진다. 관객에게 체호프의 인물과 함께 "어디서 잘못되었는가"를 스스로 묻게 만드는 장치라 할 수 있다.
관 농가소득 객은 농부 순우의 시선으로 도시화의 불안을 체험한다.
지속 가능한 삶을 잃어버린 시대, 연극은 우리에게 '삶의 터전은 안전한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김은성 작가는 한국 연극계에서 '재창작의 귀재'로 불린다. 그동안 그는 체호프의 '갈매기'를 '뻘'로, '유리동물원'을 '달나라 연속극'으로, '쇼팔로비치 유랑극단'을 '로풍찬 유랑극장'으로 새롭게 해석해왔다. 김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원작의 핵심 정서를 유지하면서도 한국적 감각으로 재구성해, 고전과 현대의 경계를 허물어왔다.
이번 '순우삼촌'에서도 그는 체호프의 인물을 한국적 상황 속에 놓아 '바냐'의 무력감과 '순우'의 현실을 겹친다. 체호프 작품에서 일관되게 나오는 '인생은 늘 잘 풀리지 않지만,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주제는, 김은성의 무대에서 '개발의 파도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로 변주된다.
김시번 연출은 "체호프의 대사 한 줄 한 줄을 1970년대 한국어로 옮긴다는 건 번역의 문제만이 아니라, 시대의 공기를 옮겨 심는 일"이라며 "그 결과 이번 공연은 체호프의 리얼리즘이 가진 인간 이해를 한국 현실과 연결한 드라마로 완성됐다"고 말했다.
조환, 이강원, 정유림, 이지수, 노영신, 장희수 등 출연, 공연은 30일까지.
<내레이션 : 유세진, 영상 : 박주하 PD(lemon9@yna.co.kr)>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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