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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로 남은 사람들’은 이름 그 자체가 브랜드가 된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 흥미로운 콘텐츠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스토리로 먹고사는 사회, 그 원조는 어디?
오늘날 모든 기업들은 ‘스토리’를 팔고 있다. 단순히 재화를 공급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둘러싼 인물과 에피소드를 잘 버무려 하나의 이야기를 판매한다. 소비자는 물건이 아닌 서사를 소비하고, 브랜드는 세계관을 구축해 소비자들이 그 안으로 들어오길 유도한다. 이제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력이 아니라 한국자산관리공사 공매 ‘스토리텔링’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브랜드의 포장지가 아니라 상품 그 자체인 분야가 있다. 웹툰, 소설, 영화와 같은 ‘콘텐츠’는 그 자체가 제품이다. 그리고 이러한 콘텐츠로 세상을 바꾼 위대한 창업가가 있다. 오늘의 주인공은 월트 디즈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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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디즈니




가난했던 소년, 신문배달하며 그린 그림
1901년 12월 5일, 미국 시카고 허모사 거리의 작고 낡은 목조건물에서 한 사내가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월터 일라이어스 디즈니(Walter 러시앤캐시 광고 Elias Disney). 아일랜드계 출신인 그의 아버지는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건너왔지만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일자리를 전전했다. 그렇게 그가 다섯 살이던 1906년, 디즈니 가족은 미주리주 마르셀린으로 이사 갔다.

손재주가 좋았던 디즈니는 이곳에서 수완을 발휘해 돈을 벌었다. 은퇴한 의사였던 한 이웃의 부탁으로 취업알선비용 말 그림을 그려준 대가로 25센트 동전을 받은 것이다. 가난했던 그에게 이는 단순한 그림 이상의 것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디즈니는 한 신문의 1면 만화를 베끼며 그림 연습을 이어갔다.
훗날 그는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은 마르셀린에 있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기찻길 옆에서 소상공진흥원 증기기관차를 바라보며 자라난 이 시절의 기억은 이후 디즈니랜드의 ‘메인 스트리트 U.S.A.’로 되살아났다.



청년 시절 월트 디즈니



1911년, 디즈니 가족은 다시 한번 캔자스시티로 이사했다. 여전히 가난했던 어린 월트는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타임스》를, 학교가 끝난 뒤에는 《캔자스시티 스타》지를 배달하며 돈을 벌었다. 눈·비가 와도 예외는 없었고, 6년간 이러한 고된 생활이 이어졌다. 그는 캔자스시티 미술대학의 토요 강좌를 도강하며 만화 공부를 이어갔다.



디즈니 제국의 조력자를 만나다
디즈니는 가난을 벗어날 돌파구로 군 입대를 택했다. 1917년 터진 제1차 세계대전 때였다. 하지만 너무 어렸던 그의 나이가 발목을 잡았다. 이에 그는 출생증명서를 위조해 구급차 운전병으로 입대했다. 그는 군대에서도 구급차 한쪽에서 그림을 그렸고, 일부 그림은 군 신문에 게재되기도 했다.

전역한 그는 1919년 캔자스시티로 돌아와 ‘페스만 아트 스튜디오’라는 미술 스튜디오에서 견습 미술가로 일했다. 그는 광고, 연극 프로그램, 카탈로그에 쓰일 삽화를 그렸다. 이곳에서 그는 훗날 디즈니 제국 설립에 큰 공을 세운 애니메이터 어브 아이웍스를 만난다. 하지만 사세가 기울며 곧 해고됐다. 서로 통하던 둘은 ‘아이웍스-디즈니 커머셜 아티스트’라는 회사를 차리며 자체 사업을 시작했지만, 실적은 미미했다.



어브 아이웍스



돈을 벌지 못하자 디즈니는 하는 수 없이 다른 광고업체에 취업해 돈을 벌기 시작했고, 아이웍스도 결국 이 회사에 합류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한 장짜리 만화가 아닌 여러 장의 만화를 이어붙여 만드는 ‘애니메이션’ 기법이 본격화되던 시점이었다.



기술에 빠진 디즈니, 집념으로 만든 스튜디오
디즈니는 여러 책을 읽고 카메라를 공부하며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을 익혔다. 그렇게 그는 《신데렐라》, 《잭과 콩나무》와 같은 명작 동화를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 동화를 바탕으로 한 여섯 개의 작품은 ‘래프-오-그램스’라는 이름으로 판매됐지만, 인기는 반짝하고 말았다. 배급업체에 작품을 맡겼으나 그 회사가 파산하면서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유통하지 못한 것이다. 이후 그는 영화 카메라맨으로 생계를 가까스로 이어갔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켠에 잠들어 있던 영화에 대한 열정은 멈출 수 없었다. 디즈니는 실사 영화 감독으로 방향을 틀고 영화의 성지 LA 할리우드로 향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결국 다시 애니메이션에 전념하기로 결심했고, 1923년 그는 형 로이 디즈니와 함께 ‘디즈니 브라더스 스튜디오’를 열었다.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와 비슷한 네이밍이었다.



로이 디즈니



참고로 이들 형제의 창업 역시 ‘개러지 스타트업’이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이전에 디즈니의 창업이야말로 창고에서 문을 연 일종의 스타트업이었다.



미키마우스가 될 뻔한 오스왈드 이야기
당시 만화와 애니메이션 산업은 뉴욕을 중심으로 활성화됐지만, 디즈니는 이러한 문화를 역행해 실사 영화의 성지인 LA에서 도전장을 던졌다. 형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기반해 애니메이션과 실사 아역 배우가 함께 등장하는 무성 단편 영화 시리즈 ‘앨리스 코미디’를 제작해 성공시켰다. 이어 1927년에는 미키 마우스의 원형이라 볼 수 있는 토끼 캐릭터 ‘오스왈드’를 개발해 《오스왈드 더 럭키 래빗》을 선보였다. 당시 고양이 캐릭터가 많았기에 이를 피하고자 택한 것이 바로 토끼였다. 문제는 해당 작품이 당시에도 시장 영향력이 컸던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발주로 제작된 것이었다는 점이다.




오스왈드



유니버설은 오스왈드를 등장시킬 작품에 대한 간섭을 이어갔고, 이에 화가 난 디즈니는 갈등 끝에 오스왈드에 대한 권리 전부를 유니버설에 넘겼다. 이때 디즈니는 결심했다. 하청이나 외주를 받느니 직접 스튜디오를 차리고 제작의 전권을 쥐겠다고. 그는 어브 아이웍스를 다시 영입했고, 그와 의기투합해 1928년 5월 ‘미친 비행기(Plane Crazy)’를 제작했다.



미키마우스의 탄생, 그 목소리의 주인공
어브 아이웍스가 하루에 700장에 달하는 그림을 하나하나 그려나가길 2주. 원화 작업이 마무리되고 세상에 공개됐다. 그리고 이 작품에 처음 등장한 캐릭터가 바로 디즈니의 마스코트, 미키 마우스다.

미키 마우스는 사실 기차 안에서 탄생했다. 오스왈드 사태로 화가 난 디즈니는 새로운 캐릭터를 구상했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을 친구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미키 마우스를 만들어냈다. 처음엔 ‘모티머’라 불렸지만, 아내 릴리언이 “너무 점잖다”며 ‘미키’로 바꾸었다.
미키 마우스는 곧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세계 최초의 유성 애니메이션이자 미키 마우스가 등장한 세 번째 작품 《증기선 윌리》에서는 사람 목소리로 더빙된 미키의 목소리가 처음 나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월트 디즈니였다.



증기선 윌리



뉴욕 웨스트 57번가 극장에서 상영된 《증기선 윌리》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제 목소리와 음악이 동시에 들어간 애니메이션의 시대가 열렸다. 1927년 ‘디즈니 브라더스’에서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로, 1929년 다시 ‘월트 디즈니 프로덕션’으로 이름을 바꾼 회사는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천재 애니메이터 어브 아이웍스와 디즈니 간의 갈등이었다.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디즈니와 이를 견디지 못한 아이웍스의 불화는 결국 결별로 이어졌고, 그는 ‘아이웍스 스튜디오’를 세워 MGM과 계약을 맺고 독립했다. 하지만 작품마다 실패를 거듭하며 결국 1940년 디즈니로 돌아왔다.


계속된 성장, 한켠의 갈증이 커지다
아이웍스가 없어도 디즈니의 성장은 계속됐다. 처음엔 기술력과 캐릭터에만 집중했던 그는 점차 할리우드의 성공 문법인 스토리라인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이에 스토리 개발에 전념하는 ‘스토리 부서’를 별도로 만들었고, 1933년 내놓은 《세 마리 아기 돼지(Three Little Pigs)》는 큰 흥행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작품의 길이는 수십 분 남짓이었고, 영화와의 거리감은 여전히 컸다.

1934년, 디즈니는 몇몇 핵심 스태프를 모아놓고 첫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 계획을 발표했다. 많은 이들이 이를 불가능하다고 우려했지만 그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제작을 결정했다. 수많은 인력과 기술진이 투입됐고, 제작비만 140만 달러, 스토리 개발에만 10만 달러 이상이 쓰였다. 그리고 1938년 드디어 영화가 개봉했다. 우려와 달리 흥행 수입은 800만 달러를 넘으며 당시 영화업계 최고 수입을 기록했다.



디즈니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디즈니는 스튜디오를 크게 확장했고, 1940년에는 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같은 해 《피노키오》가 개봉했는데, 《백설공주》의 두 배가 넘는 제작비가 투입됐다. 수익은 저조했지만 아카데미 최우수 OST상 등 2개 부문을 수상하며 한 스튜디오에서 두 개의 상을 받은 최초의 영화가 됐다. 그러나 《덤보》(1941), 《밤비》(1942) 등 이후 작품들은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뒀고, 임금 삭감과 정리해고 과정에서 노사 분규가 발생했다. 디즈니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전쟁 홍보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지만 위기는 계속됐다.

이 위기는 1950년대 들어서야 극복됐다. 1950년 《신데렐라》를 시작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피터 팬》 등 동화 기반 애니메이션들이 연이어 히트하며 부활했다. 하지만 디즈니는 자신들의 IP가 아닌 동화 원작에 의존한 성공에 아쉬움을 느꼈다.



월트 디즈니




영화속의 캐릭터를 현실로, 디즈니랜드
그 무렵, 그의 마음속 또 다른 꿈이었던 놀이공원 프로젝트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월트 디즈니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아닌 현실에서 아이들을 위한 꿈과 환상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까지,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공원을 짓자는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결국 그는 형 로이 디즈니와 함께 방송국을 찾아가 제안했다. 디즈니랜드의 지분을 제공하고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는 대신 투자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많은 방송국이 거부했지만, ABC가 제안을 수락했다.

악전고투 끝에 1955년 7월 17일, 세계 최초의 테마파크이자 디즈니랜드가 LA에서 문을 열었다. 우려와 달리 디즈니랜드는 대성공을 거뒀다. 건설비 1700만 달러가 들었지만, 5년 만에 연매출은 7000만 달러로 상승했다. 결국 디즈니는 ABC로부터 투자 지분을 전부 사들였다.



디즈니랜드 지도 앞 월트 디즈니



그의 시선은 곧 플로리다로 향했다. LA 애너하임 주변의 난개발을 보며 그는 “우리가 만든 세상은 아름답지만, 그 밖의 세상은 추하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 전체를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실험 도시, ‘EPCOT’을 구상했다. ‘Experimental Prototype Community of Tomorrow’, 즉 ‘내일을 위한 실험 도시’라는 뜻이었다.



워커홀릭이 보지 못한 꿈, 디즈니월드가 되다
모노레일, 자동화 물류, 원형 생활 구역 등 기술이 유기적으로 교체되는 사회를 꿈꿨다. 그러나 1966년 폐암이 그를 덮쳤다. 병상에서도 그는 EPCOT 도면을 붙잡고 “여기엔 모노레일을 놓자”고 말했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설계가 됐다. 일에 집중한 탓에 건강을 챙기지 못한 것이다.




디즈니월드 앱콧



그가 떠난 뒤 형 로이가 프로젝트를 이어받았다. “이건 월트의 꿈이었으니, 그의 이름으로 남겨야 한다.” 그렇게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월트 디즈니 월드(Walt Disney World)’로 이름을 바꿨다. 1971년 10월 1일, 월트의 부재 속에서도 매직킹덤이 문을 열었다. 이후 EPCOT 센터, 할리우드 스튜디오, 애니멀 킹덤으로 확장되며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도시로 성장했다. 오늘날 연간 방문객은 5000만 명을 넘는다.



위대한 창조자, 위대한 크리에이터
월트 디즈니는 단순한 애니메이션 창조자가 아니었다. 그는 “이야기를 현실로 옮긴 사람”이었다. 그의 철학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아이처럼 믿을 것, 기술을 두려워하지 말 것, 그리고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 미키 마우스는 그 철학의 상징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20세기 미국이 꿈꿨던 희망과 모험의 상징이었다.




디즈니월드의 월트 디즈니 동상



그의 마지막 말은 짧았다. “계속 움직여라(Keep Moving Forward).” 그 문장은 지금도 플로리다 EPCOT의 벽에 새겨져 있다. 디즈니는 떠났지만, 그의 상상력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그가 남긴 것은 영화나 공원이 아니라, 세상을 믿게 만드는 힘이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다면, 그것은 실현할 수도 있다.”
월트 디즈니

[흥부전] ‘흥’미로운 ‘부’-랜드 ‘전’(傳). 흥부전은 전 세계 유명 기업들과 브랜드의 흥망성쇠와 뒷야이기를 다뤄보는 코너입니다. 브랜드로 남은 창업자들, 오리저널 시리즈를 연재 중입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욱 알차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