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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각에선 미국이 최근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남미 좌파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는 연장선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최근 ‘마약 조직 소탕’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서 군사 작전을 벌여 주권 침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산와머니 무직자 ) 콜롬비아를 마약 통제 의무를 명백히 이행하지 않은 국가로 지정하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미국이 콜롬비아를 마약 퇴치 비협력국으로 지정한 것은 1997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콜롬비아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아프가니스탄, 미얀마와 함께 불량 국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은 매년 주요 마약 생산국이나 경유국을 수도권 상대로 마약 퇴치 노력 협조 여부를 평가해 ‘인증’ 또는 ‘인증 취소(decertification)’를 결정한다. 인증이 취소되면 미국 대외 원조가 끊기고 국제 금융기관 대출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콜롬비아에 대한 원조와 안보 협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익 유예(national interest waiver)’ 하나카드 조치를 발동했다. 당장 원조가 끊기는 최악 상황은 피했지만, 이번 조치는 수십 년간 이어진 양국 관계에 상징적인 타격을 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25년 5월 6일 콜롬비아 카우카주 아르헬리아 지역 커피와 코카잎 농장을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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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가 전적으로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책임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페트로 대통령 잘못된 리더십 아래 콜롬비아 코카 재배와 코카인 생산이 역사적인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약 테러리스트 단체와 타협하려는 그의 실패한 시도가 위기를 악화시켰다”고 덧붙였다.
합작투자 페트로 대통령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16일 국무회의에서 “미국이 우리를 비협력국으로 지정했다”며 “협박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코카 재배 면적 증가는 이반 두케 전임 정부 시절 시작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2024년 한 해에만 약 900톤에 달하는 코카인을 압수하는 등 마약 밀매와 전쟁에서 기록적인 성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페트로 대통령은 마약 문제 근본 원인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 수요에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펜타닐과 코카인 소비를 막기 위해 미국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라며 “인증을 받아야 할 대상은 미국 정부”라고 비판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미국산 무기 구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9월 15일 백악관에서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미는 최근 몇 년간 좌파 정부가 대거 들어서는 ‘핑크 타이드(Pink Tide)’ 현상을 겪었다. 이 흐름을 주도하는 국가는 콜롬비아(구스타보 페트로), 브라질(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칠레(가브리엘 보리치), 볼리비아(루이스 아르세) 등이다. 이들 좌파 정부는 대체로 미국 외교 정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며 국가 주권을 강조했다. 이 가운데 베네수엘라(니콜라스 마두로), 쿠바, 니카라과는 전통적인 반미 성향 사회주의 국가로 분류된다.
반면 최근 몇년새 우파로 정권이 교체되며 친미 노선을 걷는 국가도 늘었다. 아르헨티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과 에콰도르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시장 경제와 미국과 협력을 강조하며 이전 좌파 정권에 뚜렷한 대립각을 세웠다. 파라과이와 우루과이 등도 비교적 안정적인 친미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국가로 꼽힌다.
콜롬비아는 2022년 페트로 대통령 취임 전까지 남미에서 가장 확고한 친미 국가였다. 수십 년간 미국과 긴밀한 안보, 경제 협력을 유지하며 마약 카르텔 소탕 작전을 함께 벌였다. 그런 콜롬비아가 좌파 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잦은 마찰을 빚자,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남미 좌파 세력 확산을 견제하는 본보기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025년 9월 15일 월요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아메리카 대륙 지도를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비협력국 지정 조치 역시 트럼프 행정부가 남미 좌파 정부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3년 대선 운동 당시 “마약 카르텔이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제 미국이 카르텔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때”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1월 재집권 이후 남미 마약 카르텔을 ‘외국 테러 조직(FTO)’으로 지정하고 군사력을 동원한 소탕 작전을 벌였다. 이달 들어 미국은 베네수엘라 인근 카리브해에서 마약 밀매선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두 차례나 격침해 각각 11명과 3명이 숨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마약 문제에 얼마나 강경하게 대응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콜롬비아는 세계 최대 코카인 생산국이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콜롬비아 코카 재배 면적은 25만3000헥타르(약 7억6500만평)에 달한다. 2013년(4만8000헥타르)과 비교하면 10년 새 5배 이상 급증했다.



2025년 8월 콜롬비아 산탄데르주에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베네수엘라 내무부, 사법부, 평화부 장관 디오스다도 카베요 현상수배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페트로 대통령은 기존 강제 소탕 방식 대신 자발적인 작물 전환과 농촌 개발을 중심으로 마약 정책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미국은 새 정책이 코카인 공급 감축에 실패했다고 판단했다.
국제위기그룹(ICG) 엘리자베스 디킨슨 선임 분석가는 NPR에 “이번 조치는 콜롬비아가 현재 펼치는 코카 재배 정책과 미국 정부 사이에 긴장감이 일고 있고, 미국이 콜롬비아 정부에 품은 불만을 드러내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치는 콜롬비아 경제에도 상당할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16일 콜롬비아 달러 채권 가격이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미주상공회의소는 지난 8월 보고서에서 미국이 콜롬비아 여행 경보를 강화할 경우 관광 수입이 연간 최대 10억달러(약 1조3800억원)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 라틴아메리카 연구소(WOLA) 존 월시 마약 정책 국장은 “인증 취소 조치는 가장 가까운 동맹국에게조차 파트너로서 미국 신뢰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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