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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중심가 센속에 위치한 ‘프린스그룹’ 본사. 건물 두 동의 각 입구를 정장 입은 경비들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다. 기자가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들자 두 명의 경비가 달려와 “노 포토”를 외쳤다.
프놈펜 대표 상업지구 코피치섬에 자리한 핵심 계열사 ‘프린스 리얼에스테이트’ 본사도 비슷했다. 한국대사관에서 불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 정부지원금 사용법 도보 5분 거리인 이 건물의 대형 전광판은 화면이 꺼져 있었고, 외벽 그룹 간판은 급히 떼어낸 흔적이 역력했다.
출입문은 열려 있었지만 관리자는 드나드는 사람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했다. 한 교민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전광판에 그룹 홍보 영상이 나왔고, 왕관 모양의 그룹 로고도 붙어 있었다”며 “며칠 전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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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캄보디아 프놈펜 중심가 센속에 위치한 프린스그룹 본사 전경. 왼쪽과 오른쪽 2개 동을 사용하고 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켜져 있던 대형 전광판이 꺼져 있다. 빌딩 가장 높은 곳에 걸려 있던 왕관 모양의 그룹 간판도 떼어졌다. 프놈펜=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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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에 그룹 신뢰 ‘흔들’
이는 그룹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의 전방위 제재 대상에 오른 데 따른 후폭풍으로 풀이된다. 양국 정부는 프린스그룹이 ‘온라인 사기 제국’을 구축해 산업적 규모의 인신매매와 고문 등을 자행했다고 지목했다. 한때 캄보디아에서 가장 큰 범죄 구역으로 꼽 법인회생신청 혔던 프놈펜 인근 '태자단지'도 그룹이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 명단에는 그룹 산하 117개 계열사와 함께 회장 천즈(38)의 이름이 포함됐다. 미국은 그가 세탁한 비트코인 12만7,271개(약 21조4,500억 원)에 대한 몰수 소송도 제기했다. 유죄 확정시 최대 징역 40년 형이 선고될 수 있다. 이웃국가 싱가포르와 태국 정부도 은행별아파트담보대출금리비교 미국과 협력해 그룹 자산압류 절차를 검토 중이다.



17일 캄보디아 프놈펜 중심가 센속의 프린스그룹 본사 1층에 있는 금융 계열사 프린스은행 입구. 영업시간이 끝나 문이 굳게 닫혀있다. 프놈펜=허경주 특파원


국제사회의 압박 이후 신뢰가 급격히 흔들리면서 금융 계열사 프린스은행에서는 예금 대량 인출(뱅크런) 조짐까지 나타났다. 돈을 빼내려는 고객들이 이른 아침부터 한꺼번에 몰리면서 17일 프놈펜에 위치한 은행 일부 지점에서는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예금 지급을 일시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다만 이날 오후에는 두 빌딩에 자리한 프린스은행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은행 측은 “우리는 중앙은행 감독과 규제하에 독립적이고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상황이 악화하자 현지 중앙은행도 18일 “모든 금융기관은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고 있고, 고객의 현금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충분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성명을 내며 진화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이후 행방이 묘연한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 모습(왼쪽 사진). 오른쪽은 당초 그룹 본사 건물 외벽에 붙어 있던 그룹 간판. 현재는 본사는 물론 대부분의 계열사서 사라진 상태다. 프린스그룹 홈페이지·CNA방송 캡처



천즈, 작년 12월부터 사라져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천 회장의 행방은 묘연하다. 그는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2014년 캄보디아 시민권을 따고 현지에서 사업을 확장해 왔다. 캄보디아 최고 실세인 훈센 전 총리와 그의 장남 훈마네트 총리의 고문직을 맡을 만큼 정·재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2023년에는 현지 최고 영예인 ‘오크냐(Oknha)’ 칭호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은행 이사회에서 돌연 사임한 뒤 자취를 감췄다. 캄보디아 현지 매체는 “천즈가 실종됐다”며 중국 송환설까지 제기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말을 아끼고 있다. 터치 속학 내무부 대변인은 AP통신에 “중국 출신 천 회장에게 시민권을 부여한 것은 법에 따른 것”이라며 “(미국·영국으로부터) 근거 있는 공식 요청이 있으면 제재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는 법을 위반한 개인을 보호하지 않는다”면서도 천 회장이나 그룹을 직접 수사하거나 고발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프놈펜=글·사진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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