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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영 CAC 대표는 "30년 전만 해도 건축가는 한국 건축에 우리의 정체성을 담아 알려야 한다는 강박감이 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5월부터 열리고 있는 서울도시건축학교에서 '건축의 시간, 건축을 돌보는 마음. 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정 대표를 만났다.
정 대표는 2025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 공동예술감독으로 참여했다. 베니스비엔날레는 100년이 넘은 비엔날레다. 1980년부터 건축이 미술과 격년으로 비엔날레를 연다. 한국관은 1995년 지어져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그 사이 한국 건축계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1996년 김현준 현대정보기술 주식
공간 편집장은 베니스비엔날레건축전에 참가하는 작가의 작품이 정해지자 “지금 한국 건축계는 시장 개방의 여파로 힘든 시련의 시기를 예감하고 있다"며 "이러한 때에 건축전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내적으로는 한국 건축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대외적으로는 한국건축의 능력을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익 감독은 17년 후인 2023년 화신정공 주식
베니스건축비엔날레 한국관 공동감독을 맡았다. 정 감독은 "30주년을 맞은 한국관에서는 한국의 성과를 드러내는 전시는 지양되길 바란다"며 "우리가 당면한 문제가 세계의 문제라는 인식 속에서 이슈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질문을 던지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정 대표는 "한국은 모더니즘 건축의 후발 주자로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젊은 건축가들황금성배당줄
은 더 이상 정체성을 묻지 않는다"며 "지금의 조건에 맞는 각각의 좋은 건축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관 전경 / 사진. ⓒ2025 한국관 추진단


많은 변화에도 베니스비엔날레의 한국관은 여전히 건축가들고려개발 주식
에게 중요한 공간이다. 한국관은 베니스비엔날레의 마지막 국가관이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만 국가관을 가지고 있다. 한국관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비엔날레 측은 새로운 국가관이 생기는 것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한국 정부도 큰 관심은 없었다.
양쪽 모두를 설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세계적인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증권어플
이다. 베니스비엔날레는 베니스영화제처럼 대상에 해당하는 황금사자상을 매년 준다. 백남준이 제45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이 상을 받았다. 한국관이 없어 독일관에 출품해 달성한 쾌거였다. 정 대표는 "세계적인 작가였던 백남준이 전방위적으로 한국관의 필요성을 알렸고 그 말에 설득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백남준은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탈냉전의 파고 밀려오던 시대정신을 잘 활용했다. 정 대표는 "단순히 남한관에 그치는 게 아니라 남북 모두를 위한 전시가 될 것이며 한국관의 건립을 허락하는 것이 평화적 의지를 선언하는 훌륭한 지도자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며 "한국관의 이름이 KOREA가 아닌 COREA가 된 것도 이런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관 전시 평면 / 사진. ⓒ2025 한국관 추진단


결국 건축허가는 나왔지만, 조건이 까다로웠다. 당시 100년 넘게 화장실로 쓰던 건물과 주변 땅을 이용해서 지어야 했다. 형태와 소재는 전망을 막아선 안 됐고, 주변 나무의 뿌리도 건드리면 안 된다는 조건이 붙었다. 공동 설계를 맡은 한국의 건축가 김석철과 이탈리아의 건축가 프랑크 만쿠조는 이 모든 조건에 맞는 건물을 짓기 위해 기존의 건축물과는 다른 형태의 한국관을 만들었다.
정 대표는 "나무 뿌리를 건드리지 말라는 것은 과장이나 은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기준이었다"며 "뿌리를 건드리면 안 되기 때문에 콘크리트 타설이 불가능했고, 그 결과 철골을 띄운 상태로 건물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지어진 한국관이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세계적으로 진출을 원하는 한국 건축가라면 한 번쯤 전시를 원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30주년 전시는 김현종, 박희찬, 양예나, 이다미 건축가의 작업으로 구성됐다. 한국의 유명한 전래동요에서 착안해 '두껍아, 두껍아'로 제목을 정했다. 노래 속에서 헌 집을 주면 새집을 주는 두꺼비는 변화와 재생을 상징하는 존재로 전시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가 됐다.
정 대표는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적 교두보로 역할을 해온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건축의 역사적 의미와 향후 미래 가치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그동안은 이 장소에서 발표된 작품이 주목받았지만 이번 전시는 무대였던 한국관의 시간과 그것에 영향을 받은 존재를 탐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제 한국관이 '마지막 국가관'의 지위를 잃게 된다는 것도 이번 비엔날레에서 주목되는 점이다. 강력한 로비력을 갖춘 카타르가 중국도 얻지 못했던 국가관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무엇이 마지막 국가관인가, 마지막 국가관은 없다고 생각하게 된 사건이었다"며 "건축계 역시 지정학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역동적인 유기체라는 것이 명백히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