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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놈과 없는 놈은 언제나 생활상의 차이가 심하지만, 특히 여름에는 그 차이가 더욱 심하다. 있는 놈은 큰 방이 있는 넓은 집에 널찍한 정원을 가지고도 산밑이나 물가에 정자를 따로 짓는다. 낮에는 장기나 바둑으로 소일하며 맥주와 사이다로 목을 축이고, 아름다운 첩의 부채 바람과 선풍기 바람의 찬 기운에 흑흑한다. 밤이면 명주실로 성기게 짠 모기장 안에서 그물에 걸린 고기 모양으로 멀뚱멀뚱 누워서 빈대가 무엇인지 모기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다. 하지만 없는 놈은 매우 좁고 냄새나는 셋방 한 칸도 마음대로 얻지 못하고, 동서남북으로 거처 없이 떠돌며 더위에 울고 장마에 울며, 모기와 빈대, 벼룩에게 다 뜯겨서 온몸이 만주식매도시점
신창이가 된다. 있는 놈은 삼시 세끼를 육개장, 영계찜에 배가 부르고도 입맛이 있느니 없느니 하고, 일본 요리와 서양 요리를 때때로 바꾸어 먹는다. 심지어 중국 요리는 느끼하고 냄새가 난다고 먹지도 않는다. 한편 없는 놈은 삼시 세끼에 보리죽, 밀가루를 풀처럼 쑨 범벅 한 그릇도 잘 얻어먹지 못한다. 그러니 배가 고파서 허리띠를 자국이 나도록 잔뜩 졸라맨다유가증권상품권
. 있는 놈은 잠자리 날개 같은 한산모시, 청양모시니, 무슨 비단, 무슨 생사 등으로 살이 다 비치도록 입고도 옷이 몸에 감기느니 후줄근하니 하고 잔소리를 한다. 반면 없는 놈은 소 등에 걸치는 비옷 같은 사승포四繩布, 오승포五繩布나 광목이나 당목같이 싸고 거친 옷도 잘 입지 못하고 벌건 살이 울긋불긋하다. 또 있는 놈은 인천이나 원산 같은 곳에 가서 해수만호제강 주식
욕도 하고 함경남도 안변의 명승지인 삼방이나 강서 등지에 가서 시원한 약수를 먹는다. 하지만 없는 놈은 제 몸에서 쏟아지는 땀으로 해수욕을 하고 미지근한 수돗물도 물값을 주지 못해서 잘 얻어먹지 못한다. 지금 우리 조선에 이러한 비참한 사정이 어느 곳이나 있겠지만, 특히 경성이라는 도시에 더욱 많다. 시골 마을의 가난한 사람은 대개가 농민인 까닭에 남의 품온라인황금성
앗이감을 매주고라도 삼시 세끼 보리밥은 마음대로 먹는다. 그리고 정말로 더울 때는 나무 그늘에서 거적을 깔고라도 편하게 누워 쉬고, 또 졸졸 흘러가는 맑은 물에 자유롭게 목욕도 하며 자연의 피서를 한다. 하지만 이른바 도시에 사는 가난한 사람은 대개 공장 생활을 하는 까닭으로 여름이면 더욱 곤란하다. 그중에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불 앞에서 노동하는 사람은 더시황방송
욱더 그렇다. 이제 그들의 곤란한 실상의 몇 가지 사례를 들면 대략 다음과 같다.






▲ 차상찬 ‘가난한 사람의 여름과 부자의 여름’ 원문.





■황 냄새에 골이 터지는 고무 여직공 있는 놈은 고무신을 신지도 않지만, 보통 사람은 여름에 고무신만 신어도 황 냄새가 나느니 발이 불어 터지느니 불평한다. 여직공들은 그 독한 황 냄새와 더운 증기를 이겨내고 이처럼 뜨거운 날에 구슬땀을 흘리면서 힘들게 고무신을 만든다. 특별히 조선의 관습으로 말하면 문밖에도 잘 나서지 않던 여자가 배고픔과 추위에 쫓겨 불과 4, 50전의 임금을 얻으려 공장주의 학대와 모욕을 당해가면서 직공 노릇을 한다. 경성에만 30여 개의 공장에 수천 명의 여직공이 일한다. 그녀들은 초저녁에도 모기와 빈대 등살에 단잠 한잠을 잘 못 자고 오전 4시부터 공장에서 노동하다가 자정에 집으로 돌아간다. 물론 시간이 다 일정치 않지만, 공장은 대부분 그랬다. 그나마 시간으로 임금을 주면 조금 쉬어가면서도 일할 수 있으나, 만든 제품을 기준으로 임금을 주는 까닭에 그러지도 못한다. 진정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한 푼의 임금이라도 더 받을 욕심에 더위도 다 잊어버리고 힘들게 고무신을 만든다. 그녀들 곤란한 것이야 이루 말로 할 수 없지만, 손가락 하나 까닥이지 않고 남의 등골만 빼먹는 첩들에 비하면, 자기의 노동으로 벌어먹는 것이 얼마나 신성한가! ■불보다 더운 담배 기운에 괴로워 우는 연초 직공 여름날에도 편히 앉아 담배를 태우는 사람들은 연초를 ‘근심을 잊게 하는 물건’이니, ‘근심을 사라지게 하는 풀’이니, 하고 한가로운 말을 한다. 하지만 그 담배 한 개비에는 여러 사람의 피와 땀이 뭉쳐있다. 시골에서 농민이 심고 갈고 수확하여 그 이익을 전부 전매국에 착취당하는 일은 말해 무엇하랴. 다만 공장에서 궐련을 제조하는데도 여러 사람의 노력이 매우 많이 필요하다. 원래 연초는 냄새가 독할 뿐 아니라 기운이 따뜻해 겨울철에 여행하는 사람이 손이나 발을 연초로 싸매고 가면 동상이 없는 법이다. 그런데 여름에는 ㄴ공장에 많은 사람이 있고 기계의 증기 기운에 더워서 견딜 수 없다. 그런데 그 직공은 적은 임금이라도 받기 위해 이 힘든 열기 가운데 노동을 한다. 특히 연초 공장에는 소년 소녀가 많은데 그들은 연약한 몸으로 종일 노동하다가 어떤 때는 연초의 독한 기운에 어지러워 쓰러지기도 한다. 눈과 코가 아파서 집에 돌아가서도 울기만 한다. 아, 원수의 돈아! 사람들아! 제발 소년 소녀들을 살려라! 이처럼 몇 가지 사례만 보아도 우리 빈민 생활에 여름이 얼마나 곤란한지 충분히 알 것이다. 그런데 이같이 땀 흘리고 일하는 사람은 생활하기 매우 곤란하고 편히 노는 불한당 무리는 여름에도 반대로 편안한 생활을 한다. 형제여! 이것이 다 누구의 죄이며 무슨 까닭인가! 각각 그 생각을 하면 가슴속에 뭉친 불길이 삼복의 태양보다 더 뜨겁게 치밀어 오른다. 우리는 과연 이러한 불공평한 일을 바로잡을 수가 있을까? 여름이라도 다만 덥다는 말만 하지 말자. 제갈량이 오월에 강을 건너던 용기보다 더 큰 몇백 배의 용기로 전진하자. 그렇지 않으면 시원한 바람이 우리의 가슴에 불어오지 못할 것이다.






▲ 차상찬 ‘가난한 사람의 여름과 부자의 여름’ 원문.






해설

차상찬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단어는 여럿이다. 언론인, 작가, 소설가, 시인 등 그의 행적은 이 모든 것을 대변한다. 그중 차상찬을 ‘수필가’로 소개하는 글도 적지 않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수필과는 결이 다소 다르지만, 그가 썼던 많은 글은 수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에 소개하는 차상찬의 글 또한 일제강점기의 현실을 여름이라는 계절적 감각 속에 집약시킨 사회비평 수필이다. 1920년대 식민지 조선의 도시는 불평등과 빈곤이 심화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차상찬은 ‘있는 놈’과 ‘없는 놈’의 대조를 통해 식민지 자본주의의 불공정한 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첫머리부터 대조의 리듬은 반복된다. 있는 놈은 정자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첩의 부채 바람을 즐기며, 없는 놈은 벌레에 뜯기며 장마에 우는 처지다. 여름의 더위와 냄새, 땀과 피로는 단순한 자연의 고통이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이 몸으로 새겨지는 과정으로 그려진다. 지면 관계상 본문의 일부를 생략했지만, 차상찬은 ‘생활의 차이’를 단순히 물질의 차원에서만 다루지 않았다. 더위와 노동, 음식과 옷, 잠자리와 냄새 같은 세세한 감각적 장면을 통해, 부와 빈곤의 간극이 신체의 층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보여준다. ‘있는 놈의 맥주 두 병값도 못 버는 철공 노동자’, ‘황 냄새에 골이 터지는 고무 여직공’, ‘기름 주머니를 뒤집어쓰고 기관차를 닦는 청소부’ 등의 묘사는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그만의 사회 폭로다. 하루 열여덟 시간을 일해도 굶주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동 현장은 ‘불보다 더 뜨거운 여름’으로 비유된다. 반면, 부유층은 입맛이 없다고 투정하며 요리를 골라 먹는다. 이 대비는 근대화의 어두운 이면을 드러내는 사회적 리얼리즘의 한 장면이자, 언론인으로서의 예리함이다. 차상찬은 여성과 아동 노동에 주목한다. 고무 공장의 여직공과 연초 공장의 소년·소녀들은 가장 약한 신체로 가장 강한 노동을 견딘다. 생존이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보여준다. 차상찬은 “남의 등골을 빼먹는 첩보다 여직공이 자기 노동으로 먹고 사는 것이 더 신성하다”고 강조했다. 그 한 문장은 1920년대 조선 남성 지식인의 글에서는 드물게 보이는 성평등적 인식의 흔적이자, 노동의 도덕적 우위를 옹호하는 시선이다. 차상찬의 어린이 사랑과 페미니스트적인 모습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연초의 독한 기운에 쓰러지고, 집에 와서도 눈과 코가 아파 울기만 하는 어린이들을 거론하며, “아, 원수의 돈아! 사람들아! 제발 소년 소녀들을 살려라!”라고 웅변하는 대목에선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엔 차상찬 특유의 문체도 잘 살아있다. 간결하면서도 풍자적이다. 반복되는 문장 구조와 속어적 표현은 민중의 언어에 가까우며, 독자에게 감정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마지막에 가서 그는 더 이상 객관적 서술자가 아니라, 능동적 목소리를 내는 가난한 이들의 동지로 변한다. “형제여! 이것이 다 누구의 죄이며 무슨 까닭인가!”로 시작되는 결말 부분은 계몽과 각성의 호소문이며, 식민지 현실에 맞서는 윤리적 분노의 불꽃으로 읽힌다. 제갈량의 용기에 비유하며 “더 큰 몇백 배의 용기로 전진하자”라고 외치는 문장은 차상찬이 문필가를 넘어 행동을 요청하는 운동가였음을 보여준다. 차상찬의 글은 사회주의적 구호를 직접적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그러나 그 밑바탕에는 분명한 휴머니즘의 불길이 있다. 그는 이념이 아니라 인간의 고통, 양심의 언어로 불평등을 고발했다. 그래서 이 글은 단순한 풍속 수필이 아니라, ‘경성 빈민의 여름’을 기록한 리얼리즘의 한 장면이자, 수필가로서의 차상찬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증표가 된다. 오늘의 시선에서도 차상찬의 문제의식은 낯설지 않다. “여름이라도 다만 덥다는 말만 하지 말자!”는 문장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다. 불의에 익숙해지고 외면하는 사회를 향한 경고이자, 인간의 존엄을 되찾기 위한 실천의 요청이다. 차상찬은 100년 전의 여름 한가운데서, 그 어느 때보다도 길고 긴 여름을 겨우 건넨 100년 후 후손들에게 여전히 강고히 묻고 있다. “당신의 여름은 누구의 땀 위에 서 있는가?” △현대어 번역·해설=(사)차상찬기념사업회·이현준 한림대 강사 발췌문헌=차상찬 ‘貧者의 여름과 富者의 여름’, 개벽 50호. 1924. 8.‘차상찬전집 3’, 421~425쪽. ‘차상찬현대문선집’ 165~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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