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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선사, 그리고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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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운 작성일15-06-25 04:15 조회6,6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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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된 기억 속에 금선사가 있습니다.
십 여 년 쯤 되었을까요?
북한산 비봉 등산길에서 목정굴을 만났습니다.
표지판을 보고 계곡물 소리도 상큼한 멀지 않은 길을 따라 목정굴이 있었습니다.
바위 동굴 안의 목정굴과 그 안에 모셔 진 부처님(그 땐 모든 불상은 부처님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모습이 참 신비로워 보였습니다.
그 때, 제게는 천주교의 신자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신비로움 그 이상의 감흥은 없이 그저 산사의 고요함이 좋아서 등산길 마다 목정굴과 금선사를 들러 지나갔습니다.



그러다 어느 등산 날,
절밥을 처음 맛보게(?) 되었습니다.
그 때는 공양간이 지금의 적묵당, 또는 심검당 자리에 있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그날, 어찌하여, 무슨 용기로 혼자서 공양간을 찾아가서 밥을 먹자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절밥을 먹기 위해서 용기를 내어 밥을 먹을 수 있느냐고 어느 보살님께 물어보았던 기억이 있고, 그 보살님께서 먹어도 된다고 해서 정말 맛있게, 그리고 많이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첫 절밥이,  참 맛있었습니다!

훗날, 금선사를 엄청(?) 좋아하게 된 두 번째 이유가 그 날의 절밥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 됩니다.(첫 번째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목정굴)

그렇게 등산길에서만 드문드문 금선사를 들러서 고요도 즐기고, 약수도 마시고 지친 다리도 쉬고 하면서 - 절밥은 처음 먹어 본 뒤로는 신자도 아닌 사람이 먹는다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해서 먹고는 싶었지만 먹지 못했습니다- 금선사와의 만남을 이어 왔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내와의 종교관의 차이로 다니던 성당에 나가지 않게 되었고 가정의 평화를 위해 아내 따라 교회를 왔다갔다 했습니다.  지금도 아내와 나를 위해 가끔 아내의 종교 예배에 따라 갑니다. 아내가 믿는 종교니 아내를 사랑하듯이 아내의 종교도 존중합니다. 다만, 저와 아내의 종교가  좀 덜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 온전히 마음을 내어 주지는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아내도 내 신앙이 나이롱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합니다. ㅎㅎ



저는 숭산스님께서 주창하신 것처럼 만교는 귀일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감하고, 따라서 근본적으로 세상의 모든 종교는 궁극적으로 다다르고자하는 목표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예수가 이루고자 했던 것과 부처가 이루고자 했던 것은 다 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내의 종교가 내 신앙이 되지 못하면서 등산길에 이절 저절을 기웃거리게 되었고 조금씩 절에 대한(불교가 아니라)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금선사에 오기까지 한 절에서 스님을 만나게 되어 그 분과 대화를 하게 되었고 어느 해 부처님 오신날에 엉겁결에 신자로서 수계를 하고 법명을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제 마음에서 불교를 신앙으로 받아 들이진 못했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절집의 분위기가 좋고, 제게 관심을 가져 주신 스님이 고맙 고, 절밥이 맛있다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한동안 금선사를 들르지 못했는데 어느 해 금선사를 지나는 길에 다시 목정굴과 금선사를 들르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의 만남이었는데도 친근한 마음으로 금선사가 다가왔습니다. 그 때, 문득 깨달음처럼 이런 생각이 밀려 들엇었습니다. 금선사와 내가 어떤 인연의 끈이 있었으면 하는... 



작년 초 봄, 길가를 다가다 우연히 금선사 불교대학 현수막을 보게 되었습니다. 보게 된 순간 참 반갑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부턴가 금선사와의 인연의 연결을 바랐는데 그 바램이 불교대학 현수막에 들어 있었습니다, 현수막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해서 바로 등록하고 불교 대학을 수강했습니다.



강의를 하시는 분이 주지스님인 줄도 몰랐습니다. 주지스님은 높은 데 계시는 분이라서 직접 강의를 맡아 주시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주지 스님의 강의는 스님의 수행과 지혜가 스며 들어 있어 불교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제게도 참 재미있었고 불교 교리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쌓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강사를 맡아 주셔서 내게 금선사와의 인연의 끈을 엮어 주신 주지 스님이신 법안스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강의를 시작한 시기가 봄이었는데도 불구 하고 강의실로 쓰였던 법당 안이 너무 추워서 수강생 모두가 힘들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토요반이었는데 함께 강의를 들었던 동기가 모두 여섯 분이었는데 남자는 저 혼자여서 좀 쑥스럽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가까와져서 금선사 법회 때 만나면 정말 반갑고, 안 보이면 찾게도 됩니다.



그 때 함께 공부 했던 분 중 한 분이 제가 오지랖 보살님으로 부르는 정혜심 보살님입니다. 금선사에서 직분을 맡아 활발히 봉사 하시고 계시는 정혜심 보살님 덕분에 제가 금선사와 좀 더 빨리 친해 질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초심자를 배려 해 주신 오지랖 보살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또 한 분, 늘 잔잔한 미소를 보여 주시며 제게 따뜻한 말씀을 건네 주시는 선정화 보살님이 기억됩니다. 특별히 만나서 얘기를 나눈 적도 없어서 어느 분인가 몰랐는데 선정화 보살님은 금선사의 아주 중요한 위치에 계시는 분이시고 불자로서도 신망이 높으신 분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책임 있는 분으로서 처음 보는 신자에게 금선사에 빨리 정착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지만 그래도 선정화 보살님의 관심과 배려는 지금도 따뜻함으로 다가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일요일 마다 등산객들에게 국수 공양을 하시고 계시는 일명 부암동 보살님!  결코 쉽지 않은 일을 이끌어 가시는 보살님께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 말씀하실 때 표현이 좀 직설적이신 데가 있어 모르는 상태에서는 오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알고 나면 참 따뜻하고 정이 많은 분이십니다. 새벽마다 삼성각에서 기도를 올린다는 얘기도 듣고 있습니다. 보살님 마음에 평안이 깃들길 기원합니다.



제가 금선사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 절밥입니다! 저는 절밥이 그렇게 맛 있을 수 없습니다. 절밥 좋아하는 것만으로 보면 스님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매일 절밥을 드실 수 있는 스님이 참 부럽습니다. ㅎㅎ



그 맛있는 절밥을 제게 주시는 공양주 보살님께 감사드립니다. 고향의 어머니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그 많은 밥 식구들을 먹이시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으신지요. 보살님의 수고와 정성에 깊이깊이 감사드립니다. 시간이 되면 설겆이라도 도와 드리겠습니다.



뵈올 때마다 일을 하고 계셔서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하시는 거사님!  지나치면서 인사를 드리고 법명 한 번 여쭤 보지 못했습니다. 종교단체는 봉사자들의 땀으로 이루어 진다고 하는데 거사님께서는 참 열심이고 성실하신 분이십니다. 거사님 같으신 분이 계셔서 금선사 생활이 불편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금선사 신도분들이 거사님의 수고와 성실성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리라 생각됩니다. 저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금선사와 저의 인연을 이야기 하면서 엉뚱하게 금선사와 연관 되시는 몇 분을 글에 담게 되었습니다. 금선사의 초행자로서 누구를 평하고자 하는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믈론 그럴 자격도 없구요. 그러나 금선사라는 공동체를 위해 애쓰시고 계시는 분들이시라서 저로서는 감사의 마음이 들어서 그 마음을 조금 표한 것이니 그 분들께 누가 되지 않길 비는 마음입니다.


금선사와 더 오래 인연을 이어 가면서, 그 속에 계시는 분들과도 더 많은 인연을 맺어가게 되겠지요.



금선사와의 인연으로 더 많은 평안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금선사 초행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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