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윤상선 디자이너


평소 눈 건강에 신경 쓰는 직장인 A씨(41)는 주말 아침, 스마트폰에 띄운 손바닥 크기 암슬러격자를 눈에서 30cm 떨어뜨려 보았다. 왼눈을 가리고 오른눈으로 가운데 점을 응시하자 반듯해야 할 격자 선이 한쪽에서 살짝 휘어 보였다. 화면 밝기 탓인가 싶어 휴대전화를 껐다 켜고 반대쪽 왼눈으로도 확인했지만, 선이 휘어져 보이진 않았다. '잘 보인다'고 느끼던 눈에서도 이런 왜곡이 감지되면, 망막 중심부인 황반이 보내는 경고일 수 있다. 이럴 때는 미루지 말고 안과로 가야 한다.
"암슬러 격자의 가운데 점을 바라본 상태에서 격자 선이 휘거나 끊겨 보이면 즉시 안과 진료가 필요합니다."
최경식황금성오락실게임
서울 순천향대병원 안과 교수(대한안과학회 법제이사)의 당부다. 초고령 사회로 갈수록 황반변성·당뇨망막병증·녹내장 같은 실명 질환이 늘지만, 실명질환은 조용히 진행되기에 상당수는 질병 초기에 불편을 못 느낀다. 그래서 간단히 1분이면 끝나는 자가 점검과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사실상 시력을 지키는 생명선이 된다.
암슬러 격자, 이렇게 점검한신풍제약 주식
다
암슬러 격자는 모눈종이 같은 격자판 중앙의 점을 응시하며 선의 왜곡을 확인하는 도구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격자는 눈에서 약 30cm 떨어뜨려 보고, 가까운 글씨가 잘 안 보인다면 돋보기 등의 안경을 착용한다. 두 눈을 동시에 보지 말고 한 눈씩 번갈아 가리며 중앙 점을 똑바로 응시한다. 이때 수평·수직선이 휘거나 끊겨 보성호전자 주식
이거나, 가운데가 흐리거나 빈 구역이 보이면 망막의 중심인 황반이 이상하다는 의심 신호다. 이상이 보이면 즉시 안과에서 안저검사와 광간섭단층촬영(OCT) 등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최 교수는 "암슬러 격자를 이용한 검사는 1분도 걸리지 않지만 스스로 실명 위험을 초기에 포착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국내 유병 급증, '조기 진eg 주식
단' 왜 중요할까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2020~2024년)에 따르면 실명을 부르는 3대 안질환(녹내장·황반변성·당뇨망막병증) 진료 환자는 5년 새 151만 명에서 217만 명으로 43% 늘었다. 같은 기간 누적 환자는 953만8000여 명, 총진료비 4조8054억 원에 달했다. 특히 황반변성은 19만9000명에서 56만6000명으로 18황금성배당
4% 급증했고, 녹내장은 96만5000명에서 122만3000명으로 26.7% 늘었다. 당뇨망막병증도 34만8000명에서 38만4000명으로 10.3% 증가했다.
2023년에는 진단 환자가 처음 200만 명을 넘어섰고, 진료비도 1조 원을 돌파했다. 여성 환자가 509만 명으로 남성(445만명)보다 많았으며, 세 질환 모두 40대 이후에서 급격히 늘었다.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는 만큼 시력·안압 위주의 현 국가검진만으로는 조기 진단에 한계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간단한 자가 검사와 안과 진료를 통한 정밀검사를 잇는 '이중 안전망'이 필요한 이유다.
3대 실명 질환, 무엇이 다르나
황반변성은 중심시력을 담당하는 황반에 드루젠(노폐 단백질)이 쌓이며 광수용체가 손상돼 실명의 위험이 있는 병이다. 50대 이후, 특히 65세 이상에서 위험이 커지고, 흡연·가족력·심혈관 질환이 있으면 발생 가능성이 높다. 글자가 휘거나 찌그러져 보이고, 중심부가 회색·검게 보이는 변화가 전형적이며 암슬러격자를 보면 왜곡이 잘 드러난다.
당뇨망막병증은 당 대사 이상으로 망막 미세혈관이 막히거나 새면서 출혈·부종이 생긴다. 진행하면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생겨 출혈과 망막박리를 유발한다. 제2형 당뇨를 진단받았다면 즉시 안과검진을 받아야 하며, 이후 연 1회 이상 안과 검진을 시작해야 한다. 유병 기간이 길수록, 혈당 조절이 나쁠수록, 신장병·고혈압·심혈관 질환이 동반될수록 위험이 높다. 글자가 더 흐리거나 변시증(휘어져보임) 또는 비문증(날파리)이 갑자기 늘면 곧바로 안과진료를 받아야 한다.
녹내장은 시신경섬유가 서서히 소실돼 시야가 갉아 먹히듯 좁아지는 병이다. 안압이 정상인 정상안압 녹내장도 흔하며, 초기 녹내장은 자각하기 어렵다. 40대 이후 위험이 커지고 가족력·고도근시·고혈압·당뇨 같은 질환이 있으면 주의가 필요하다. 한 눈을 가리고 볼 때 가장자리 시야가 비거나 흐림, 야간 빛 번짐이 심해지면 의심해야 한다.
집에서 시작하고, 병원에서 확인한다
자가 점검은 출발점일 뿐이다. 암슬러격자에서 이상이 보이면 안저검사로 망막·시신경·혈관을 확인하고, 필요 시 OCT와 시야검사로 손상 정도와 진행 속도를 정밀 평가한다. 이런 선별은 빠르고 간단하며, 조기 진단으로 치료 시점을 앞당겨 평생 시력을 지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최경식 교수는 이렇게 강조했다.
"암슬러격자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자가 점검 도구입니다. 가운데 점을 보면서 격자 선이 휘거나 끊겨 보이면 지체 없이 안과에 오셔야 합니다. 방법도 어렵지 않습니다. 30cm 거리, 필요하면 돋보기 착용, 한 눈씩 번갈아 확인하면 됩니다. 초기에 발견할수록 지킬 수 있는 시력이 많습니다. 실명질환 조기발견, 암슬러 격자로 시작해 봅시다."
원종혁 기자 (every83@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