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데카브리’의 공연 모습. /(주)쇼노트 제공


혁명의 역사는 어느 누군가의 작지만 가치 있는 힘들이 모여 이뤄진다. 그것이 어떠한 방법과 형태를 띠던지 관계없이. 아래에서 위로 향한 여러 나라에서의 혁명 사례가 있듯 러시아에서도 전제주의와 농노제에 대한 난이 일어났다. 뮤지컬 ‘데카브리’의 배경이 되는 ‘데카브리스트의 난’이다.
러시아어로 ‘데카브리’는 12월을 뜻한다. 1825년 12월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젊은 장교들과 지식인들이 치르는 전제정치와 농노제 거부로 일으킨 ‘데카브리스트의 난’은 러시아 최초의 자유주의 운동이다. 하루 만에 진압된 이 난의 주도자들은 사형되거나 시베리아로 추방당했다. 극은 이로부터 1단타추천종목
0년 후의 상황을 담는다.
이 극은 ‘외투’와 ‘말뚝’의 의미를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선명해진다. 무대의 뾰족한 첨탑 아래에 놓여진 농노들의 무덤은 인간 말뚝으로 짓눌린 자들의 현실이다. 실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하는 데 수없이 많은 농노가 징집됐고, 작업 도중 수 만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농노라는 이름 자체에서도 알 수 있듯 올쌈바
그 시대에 얼마나 많은 핍박과 차별에 시달렸을지는 쉽게 떠올려 볼 수 있다.
극에서 미하일이 쓴 말뚝의 내용들을 들으며 상상해봤다. 그들이 말한 말뚝은 ‘귓가에 맴도는 작은 콧노래이자 지워진 것들에 대한 희미한 기억들’로 머리 속에 새겨져도 좋을 듯했다. 그래야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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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데카브리’의 공연 모습. /(주)쇼노트 제공


극의 배경으로서의 외투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니콜라이 고골의 동명 소설이기도 하다.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사회로부터 소외된 개인의 비극을 통해 인간 nstock
존엄의 상실과 관료 사회의 냉혹함을 비판했다.
그곳에서 시작한 뮤지컬 데카브리 속 미하일의 외투는 그의 감정 변화이자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낸다. 애초 말뚝이라는 소설을 쓸 땐 평범했지만, 이후 나라에서 명령한 대로의 삶을 살며 검열과 감시를 하는 위치에 가서는 고급스럽고 화려한 외투로 변한다. 이는 낡아빠진 외투를 입은 하급 인터넷릴게임
정서원 아카키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그러나 결국 미하일의 외투는 다시 투박해진다. 말뚝을 통해 희망과 용기를 얻은 이들과 그 소설을 사랑하는 아카키를 보며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마음이 가르키는 방향은 어디인지 인지하게 되면서부터다. 무대의 앙상한 나뭇가지의 나무와 미하일이 고급 외투를 벗어던지는 그 순간의 뜨거움은 그렇게 교차됐다.



뮤지컬 ‘데카브리’의 공연 모습. /(주)쇼노트 제공


‘데카브리’는 그 시대 속 각자 다른 위치와 자리에서 살아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지만, 혁명의 무게감을 어떻게 무대 위에서 구현할까에 대한 궁금증도 자아냈다. 이는 20여곡의 넘버들이 풀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90분의 러닝타임에 21개의 넘버는 꽤나 많은 수다. 개인적으로는 잔잔한 듯 소용돌이치는 물처럼 변화무쌍하게 흘러가는 감정의 변화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넘버의 가사를 통해 극의 짜임새를 나타내는 것이 부족하다 느껴지진 않았다.
그래서인지 결과적으로 작품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촘촘해 보였다. 마음속 열의를 품은 혁명 소설을 쓰던 한 작가가 황제 직할 비밀 수사국의 수사관이 됐다가, 자신이 과거에 쓴 소설로 감동을 받고 힘을 얻는 이들을 보며 변화하는 과정들이 빼곡하게 이어졌다. 호불호를 떠나 서사를 전개하는 데 있어 창작진의 고민의 흔적들은 역력해 보였다.
결이 좀 다를 수는 있겠지만, 최근 일제강점기 시절 나라의 독립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싸웠던 이들에게 ‘우리는 큰 빚을 졌다’라며 나눴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작품을 보며 이 대화가 생각났던 이유는 아마 과거에도 지금도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시키려 함에 있지 않을까. 그곳이 아무리 매섭고 아픈 곳일지라도 말이다.



뮤지컬 ‘데카브리’의 공연 모습. /(주)쇼노트 제공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