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두 차례 아편전쟁을 겪으며 마약의 고통을 겪어야 했던 중국이, 21세기 들어서는 역설적으로 전 세계 ‘합성마약 공급처’라는 의혹의 중심에 섰다.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fentanyl) 공급처로 지목돼 미국의 관세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이 최근 유럽에 오피오이드계 마약 진통제 ‘니타젠’(nitazenes)을 퍼뜨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유럽 내 니타젠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유럽에 ‘21세기형 아편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펜타닐의 자리를 위협하는 신종 합성 오피오이드 니타젠= 니타젠은 1950년대 스위스 제약회사 ‘시바’(Ciba)가 합성한 진통제였다. 진통 효과는 뛰어났지만, 지나치게 높은 중독성과 치사율 탓에 의료 현장에서는 사인터넷바다이야기
용이 금지됐다. 수십 년간 학술 자료에만 머물던 물질은 최근 불법 합성 마약시장에서 다시 등장하게 됐다. 특히 펜타닐 단속이 강화하자, 범죄 조직은 합법적으로 규제되지 않은 대체 화합물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그 공백을 니타젠이 채우기 시작했다.
약리적으로도 니타젠은 일반 오피오이드 수용체(μ-opioid receptor)에 강력하게 결대동공업 주식
합해 모르핀이나 펜타닐보다 훨씬 낮은 용량에서도 호흡억제·의식저하를 일으킨다. 특히 펜타닐보다도 이른 시간 안에 효과가 나타나고, 혈액 내 농도 변화가 급격해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아도 순식간에 과다복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약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유럽연합(EU) 마약감시센터(EMCDDA)는 니타젠이 펜타닐의 최대 40배, 모에스코넥 주식
르핀의 최대 1000배 강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효력이 극도로 강력한 데다 표준 약물검사로는 거의 검출되지 않아, 사용자 본인조차 니타젠을 섭취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과다 복용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5월 네덜란드 경찰이 북브라반트주의 한 주택 창고신세계 주식
에서 합성마약 제조 시설을 적발해 수색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마약 제조에 쓰이는 각종 화학 약품과 장비가 발견됐다. 네덜란드 경찰 제공


◇빠른 속도로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니타젠= 니타젠의 가장 큰 문제는 그 확산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이다. EU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유럽 내 약야마토릴
물 관련 사망자는 7500명을 넘어섰고, 튀르키예와 노르웨이를 포함하면 8000건을 웃돌았다. 영국·아일랜드·벨기에·독일 등지에서는 니타젠 검출 사례와 과다 복용 사망이 잇따른다. 에스토니아의 경우, 2022년 약물 사망은 82건이었지만 2023년에는 119건으로 늘었고, 절반 이상이 니타젠과 연관됐다.
영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1월까지 최근 18개월간, 니타젠 과다 복용 사망자는 최소 400명에 이른다. 영국 마약·알코올 치료 기관 ‘체인지 그로 라이브’는 “1980년대 에이즈 위기 이후 가장 큰 공중보건 위기”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확산 속도 뒤에는 손쉬운 합성 구조에 따른 변종의 등장이 있다. 불법 제조자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화학 구조를 조금씩 바꾼 새로운 니타젠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EU 약물청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만 이소니타젠, 프로니타젠, 에토니타젠 등 7종의 신규 니타젠 계열 물질이 발견됐다. 각 변종은 효력이나 독성이 달라 규제 목록에 오르기도 전에 암시장에서 퍼지고 있다.
생산·유통 장벽이 낮다는 점도 확산을 부추긴다. 소규모 실험실에서도 합성이 가능하고, 연구용 시약으로 위장해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펜타닐 사태에서 이미 드러난 ‘합성마약의 민주화’가 니타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값이 싸고 운반이 용이해 다크웹 주문·국제 택배·위장 수입이 결합하면서 단속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아편전쟁 피해국의 복수… 합성마약 공급처로 지목된 중국= 니타젠의 글로벌 공급망을 추적한 여러 국제 보고서와 단속 사례는 공통적으로 중국을 공급처로 지목하고 있다. 앞서 미국은 펜타닐 사태의 배경에 중국 내 전구체(원재료) 생산을 두고 베이징(北京)을 압박해 왔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로 흘러 들어간 중국산 화학물질이 미국 내 대량 중독 사태를 불러왔다는 논리였다. 이번엔 유럽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드러나면서, 세계는 이들 합성마약을 ‘중국발 헤로인’(chinese heroin)이라 규정하고 있다.
유럽 세관과 경찰의 단속 기록을 보면, 니타젠 합성에 쓰이는 전구체 상당수가 중국에서 출발해 유럽으로 향한 흔적이 포착된다. 일부 업체는 ‘합법적 연구용 시약’이나 ‘의약품 원료’로 서류를 위장해 수출하고, 유럽 현지의 소규모 실험실이나 범죄 조직이 이를 가공·재판매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합성마약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며 불법 화학공장을 엄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단속의 실효성과 관리 체계의 허술함을 지적하며, 중국이 여전히 합성마약 원료 수출의 허브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유럽 마약감시 당국 관계자들은 “중국발 공급이 차단되지 않는 한 유럽 내 합성 오피오이드 위기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일부 유럽 언론은 이를 ‘21세기형 아편전쟁’이라 명명하며 국제정치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19세기 서구가 중국을 무너뜨린 수단이 아편이었다면, 21세기에는 중국이 합성마약의 원료 공급처로서 서구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는 서사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