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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소채린 작성일25-10-01 11:53 조회1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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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옥, 전표끌라, 전명진···. 9월 12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만난 젠 알렉산드르 페도로비치(79)는 정장 재킷 안주머니에서 빛바랜 메모지 한 장을 꺼냈다. 세상을 떠난 그의 부친이 한글로 적은 조상의 이름이 담겨 있었다. 알렉산드르씨는 러시아어로 "증조 할아버지 이름이 전문옥"이라 했다.
그는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 2세다. 1937년 10월, 부모와 조부모는 러시아 연해주를 떠나 이곳 알마티에 도착했다. 소련 지도자 스탈린이 연해주에 살던 고려인 17만여 명을 잠재적 일본 첩자로 보고 강제이주 명령을 내렸기 오션파라다이스 온라인
때문. 일제가 중일전쟁을 일으켜 긴장이 높아지던 때였다. 영문도 모른 채 화물과 가축 운반용 열차에 몸을 실은 고려인들은 한 달 넘게 6,500km를 횡단해 중앙아시아로 뿌려졌다.
알렉산드르씨 가족에게도 아픔이 남았다. 연해주 감옥에 수감된 그의 삼촌과 나머지 가족은 생이별했다. 그는 "어린 시절 할머니는 남동생을 업고 기차역에 나가 오지바나나게임
않을 아들(삼촌)을 기다리곤 했다"고 했다. 알렉산드르씨는 서툰 한국말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고국산천을 떠나서 수천리 타향에/산 설고 물 선 타향에 객을 정하니/섭섭한 생각은 고향뿐이요." 고려인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망향가(望鄕歌)였다.
이날 카자흐스탄의 경제수도 알마티주(州)에서 북동쪽으로 25km 떨어진 알라타우 신도시에주식왕초보
서 강제이주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케이파크(K-Park)' 착공식이 열렸다. 이곳엔 강제이주 기억을 간직한 고려인 수십여 명이 모였다. 1937년 강제이주 당시 '죽음의 열차'에 탔던 고려인 1세도 있었다. 축구장 14개를 합친 크기(10만㎡)의 부지에는 현대식 공원은 물론 박물관과 한옥마을, 쇼핑몰, 비즈니스 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강제이주 90주피엘에이 주식
년이 되는 2027년에 완공 예정이다.

고려인이 주도하는 K파크



9월 12일 카자흐스탄 알마티 알라타우 신도시에서 열린 K-파크 착공식에서 최유리 카스피안그룹 회장을 비롯한 정재계 관계자들이 유르트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카스피안코리로그챠트
아 제공


K파크 프로젝트는 고려인 2세 최유리(77) 카스피안그룹 회장이 이끌었다. 카자흐스탄에서 손꼽히는 대기업 회장인 그는 "K파크는 90년 동안 고려인들이 어떻게 살고 성공했는지 보여주고 카자흐스탄에 깊은 감사를 전하는 공간"이라며 "전 세계 재외동포들이 찾아와 강제이주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현지 정·재계 인사와 고려인 등 총 300여 명이 들어찬 행사장에는 카자흐스탄 전통 현악기 '코비즈'가 연주하는 아리랑이 울려퍼졌다. 마랏 알마소비치 아질하노프 카자흐스탄 민족회의 부의장은 "K파크의 대규모 공원은 새로운 휴식·여가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낯선 타국 땅에 정착한 공동체 집단이 디아스포라(이산·離散) 기념 공간을 만드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이는 현지 사회의 주류로 자리매김한 고려인의 위상과 무관치 않다. 2024년 카자흐스탄 포브스 분석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부자 1위는 최대 은행인 카스피 은행의 김 베체슬라브 회장이었다. 상위 50인 중 7인이 고려인이다. 고려인 인구 비중이 0.6%인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130개 민족으로 이뤄진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이 4대 주스(혈통)라고 할 정도로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한다.



9월 12일 열린 K-파크 착공식 행사에는 카자흐스탄 정·재계 인사와 고려인 동포 등 총 300여 명이 참석했다. 카스피안코리아 제공


고려인 기업인들은 카자흐스탄 산업 구조를 탈바꿈하는 국가 프로젝트의 핵심 인사들이다. 정부는 이들을 통해 25조 원을 들여 부산(771㎢)보다 큰 신도시를 짓고 '에어택시' 같은 도심항공교통(UAM)부터 지상 자율주행차, 드론 배달 등 신(新)산업의 메카로 키우려 한다. 또 석유·천연가스 등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첨단 산업과 물류·금융 등이 결합한 '중앙 아시아의 싱가포르'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카스피안그룹은 한국에 법인을 세우고 대기업과 협력을 추진 중이다. 카자흐스탄 정부도 알라타우 신도시 부지를 특별경제구역(SEZ)으로 지정하며 '25년 동안 법인세 면제' 등을 내걸었다. 술탄가지예프 마랏 일로시조비치 알마티 주지사는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과 특권이 제공된다"고 했다. 최 회장은 "카자흐스탄은 한국 내 제도적 규제 때문에 실험·개발·상용화가 쉽지 않은 모빌리티, 수소 경제 등에서 자유로운 환경을 제공한다"고 했다.
알마티=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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